항공사 객실 승무원 해외 취업
이 전 포스트 린탑의 영어공부와 직업 여정에 관한 이야기에서 알려드렸듯이 저는 대한항공과 캐세이 퍼시픽 항공 둘 다 공채로 입사해서 객실 승무원으로 비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항공사 객실 승무원직에 대한 궁금증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그만큼 오해도 많이 하구요. 그래서 이번 포스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객실 승무원직에 대해 궁금해 할 만한 이야기 몇 가지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항공사 승무원직은 많은 젊은 여성들이 선망하는 직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많은 사람들의 폄하를 받기도 합니다. 오래 전이지만 제가 입사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의외로 많은 여성들이 승무원직에 대해 비하하는 발언을 많이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재미있었던 사실은 실제 대한항공 공채 시험장소에 갔더니 그동안 승무원직에 대해 비하하던 학생들을 포함해서 자격이 되는 제가 아는 수많은 여성들이 승무원이 되고 싶어 항공사에 지원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1차 면접 장소에서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많은 동창생들과 재회하기도 했지요. 심지어 약학대학교를 졸업한 학생도 약사가 되지 않고 대신 항공사에 입사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한국인들이 아직도 서비스직에 대해 폄하하는 선입견이 있으며 동시에 항공 객실 승무원이 되고 싶어하지만 될 수 없는 조건이거나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이 승무원직을 더 폄하한다는 사실입니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처럼요.
그러니 승무원직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의 의견에 동요되지 말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한다면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남들이 보기에 훌륭해 보이는 직업이든 서비스 직업이든 아니면 지금의 저처럼 프리랜서일을 하든 무엇이 되었건 세상의 모든 것처럼 모든 직업에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단점까지 자신이 품으며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지요. 단점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때는 포기해야 하지요. 무엇보다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인지 아니면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이라 원하는 일인지 구분해 보시기 바랍니다. 먼저 저의 경험으로 정리한 객실 승무원의 장단점을 읽어 보신 후 생각해 보시겠어요?
항공 객실 승무원의 장단점

제가 생각하는 항공 승무원의 장점은 사람과 세상을 많이 경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은 인터넷 보급으로 세상 모든 부면과 정보가 평준화되었지만 제가 다닐 때는 당시 한국보다 경제적 문화적으로 앞서가던 나라와 10년 정도 차이를 직접 경험했습니다. 예를 들어 당시 선진국이던 일본과 미국에서 겪었던 서비스나 상품이 한국에 10년 뒤에 정착하는 것을 여러번 봤습니다. 지금은 한국이 선진국이 된 상황이라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지만 한국과 다른 세계를 경험한다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며 자산입니다.
그리고 많은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다양한 국적의 승객들은 물론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항상 바뀌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동시에 사람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통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죠.
단점은 불규칙한 근무 시간으로 건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승무원직을 시작하는 시기가 인생에서 가장 건강한 때이기 때문에 제 주변에서는 이 직업때문에 건강 문제를 크게 겪는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요즈음은 항공사에서 체력 테스트를 통해서 승무원직을 수행할 수 있는 지 확인하고 채용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승무원들은 건강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승무원들은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려야 할 경우가 있는데 좋지 않은 자세 또는 장시간 서있는 근무 환경 때문에 간혹 척추 질환으로 고생하는 승무원들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승무원이 아니라도 허리디스크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어느 분야에나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직업병이라고 말할 정도로 많지는 않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저도 대한 항공에 처음 입사할 때 척추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는 신체검사 판정으로 ‘면책각서’를 작성했지만 근무하는 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사무실에 장시간 앉아서 근무 하는 직업군이 척추질환에 더 노출 될 가능성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비행중 바뀐 기내의 기압으로 귀가 일시적으로 잘 들리지 않고 멍해지는 경험을 할 수도 있지만 코를 막고 귀로 바람을 불어내는 법을 연습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감기가 든 상태에서는 증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승무원들은 평소에 건강에 신경써야 합니다.
그리고 아주 드문 경우 비행중 기체가 심하게 흔들리는 터뷸런스나 비행기 사고를 경험할 수 있는데 이 때 승무원들이 정신과 신체에 충격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 드문 경우이고 저는 근무 비행은 물론 개인적으로 항공 여행할 때도 한 번도 겪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드문 현상이 맞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비행기 사고 확률은 자동차 사고 확률보다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알려져있지요. 제가 근무 하는 동안 비행기가 흔들려도 흔들림을 매우 즐겼던 기억나는군요.
항공 객실 승무원의 업무 시간
그럼 이번에는 승무원의 실제 업무에 관해 궁금해 하시는 점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먼저 승무원의 근무 시간은 매달 개개인들에게 나오는 한 달 단위의 스케줄에 좌우됩니다. 각 항공사마다 스케줄을 조정하는 부서가 있습니다. 보통은 한 달 비행 시간만 60~100시간 정도입니다.
비행 시간이란 비행기 첫 바퀴가 굴러가는 순간부터 착륙 후 엔진이 완전히 멈추는 시간을 지칭합니다. 그러니 비행 전 운항 브리핑과 객실 브리핑 그리고 이전의 여러 가지 항공사 절차 등을 생각하면 실제 비행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미리 유니폼을 입고 근무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승무원들은 장거리 국제 비행을 선호합니다. 단거리 국내 항공 비행을 하면 1시간도 안 되는 비행 시간을 위해 브리핑이며 여러 가지 준비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국내 비행을 하면 너무나 비행 시간이 짧기 때문에 보통 한 번에 여러 노선을 스케줄로 짜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제주를 두 번 왕복한다던지, 서울-대구-제주-서울 이렇게 전국을 순회한다던지 하는 경우지요.
저도 장거리 비행이 가장 좋았습니다. 친한 입사동기와 함께 해외에 오래 체류하는 스케줄은 최고의 스케줄이었습니다. 그럴 때는 밤을 새서 일을해도 힘들지 않고 친구와 여행하는 기분이었죠. 대한 항공 동기 중 한명은 비행을 너무 좋아해서 쉬는 날이 많으면 회사에 찾아가 비행 스케줄을 넣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물론 다른 승무원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었지만요.
장거리 비행시 어디서 자나요?

그리고 궁금해하시는 것 중 하나가 장거리 비행일 때 승무원들이 어디서 잠을 자느냐 하는 것이죠.
기종에 따라 다르지만 보잉747인 경우 비행기 꼬리 부분에 다락방 같은 곳이 있어서 거기에서 잠을 잡니다. 다락방처럼 천정이 높지 않은 곳에 2층으로 된 간이 침대가 있는데, 특이한 점은 안전을 위해 반드시 안전 벨트를 착용하고 자야 합니다. 보통 승무원들끼리 순번제로 시간을 정해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합니다. 남자 승무원과 여자 승무원 자는 공간이 구분되었냐구요? 아닙니다. 함께 잡니다. 보통 남자 승무원은 한 팀에 몇 명 없고 대다수가 여자 승무원이라 아무도 개의치 않습니다. 좁은 개인 공간마다 커튼도 있습니다.
화장한 채로 자나요?
어떤 승무원 지망생들에게는 또 다른 궁금증이 생기기도 하지요. 여승무원들인 경우 화장을 지우고 자는지 궁금해 하시죠. 그냥 화장한 채로 잡니다. 화장 지우고 다시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죠. 화장을 고치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선천적으로 피부가 좋지 않은 승무원들은 고생을 많이 합니다. 기내가 매우 건조하고 비행기가 고도에 있는 관계로 자외선에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피부에 가장 안좋은 환경입니다. 극심한 피부 건조증으로 비행을 못하는 승무원도 가끔 있습니다. 비행이 끝나고 숙소로 들어가서야 화장을 지울 수 있기 때문에 장거리 비행을 하면 보통 화장 한 채로 이틀이상 생활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기내에서는 수분섭취를 충분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매우 젊은 시기에 승무원 생활을 해서 거의 이틀 정도를 유니폼을 입고 밤샘 근무한 후 호텔 방에 짐을 풀자마자 쉬지 않고 바로 디즈니랜드로 여행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비행이 끝나면 승무원들은 당연히 쏟아지는 잠을 경험하기도 하고 가끔은 새로운 여행에 대한 설레임으로 새로운 활력이 솟는 것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비행 후
그리고 비행이 끝나면 자유시간입니다. 대한항공 같은 경우 시니어 승무원을 제외하고는 2인 1실로 호텔방이 배정됩니다. 캐세이 퍼시픽은 누구에게나 1인 1실이 주어져서 좀 더 편하게 쉬었습니다.
비행이 없는 자유 시간에는 보통 여행을 하거나 쇼핑 또는 잠을 자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요즘은 호텔에서 승무원들이 운동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체류 비용은 항공사에서 따로 받습니다. 체류하는 나라에 따라 그리고 체류 일수에 따라 받는 액수는 차이가 있습니다. 보통 유럽은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유럽 체류 시 체류 비용을 많이 받는 편입니다. 보통은 체류하는 동안 식사할 정도의 비용을 받습니다. 체류 비용은 대한항공보다 캐세이퍼시픽이 훨씬 많이 줬습니다. 하지만 캐세이퍼시픽은 보너스 제도가 없기 때문에 전체적인 승무원 연봉은 비슷합니다. 현지 식당을 가거나 마트에서 간편식을 구매해 호텔 안에서 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한국인의 특성상 대체로 자유 시간에도 단체 행동을 선호합니다. 여행도 단체로 하고 식사도 함께 단체로 하는 경우가 많지요. 안전의 이유도 있습니다. 그래서 승무원들이 주로 가는 식당과 쇼핑센터는 거의 정해진 경우가 많습니다. 대한항공에서 비행할 때 미국 앵커리지에 체류할 때는 전화로 숙소에서 한국식당 밥을 주문해서 먹기도 했습니다. 앵커리지 숙소는 대한항공 소유의 숙소였기 때문이죠.
반면에 캐세이 퍼시픽항공 같은 항공사는 승무원들 국적과 연령도 다양하기 때문에 거의 개인 활동을 합니다. 입사 동기는 어느 국적이든 상관없이 친해지기 마련이니 함께 활동하는 경우가 많고요. 캐세이 퍼시픽 항공에서 한국인 승무원들의 유대감은 이미 유명했지요. 한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처음 만난 사이에서도 서로 챙겨주며 같이 여행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른 나라 국적 승무원들은 그런 한국인 승무원들을 부러워했습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할 만한 승무원 생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더 궁금한 사항이 있으시면 메일로 남겨주세요. 참고해서 새로운 포스트로 답을 해드리겠습니다.